<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힘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험적 군중은, 친숙한, 개인보다 큰 힘과 지식을 가진, 형태가 있을 듯 하지만 구체적 형태는 없는 무형의, 하지만 곧 유형의 모습을 가질게 될지도 모를 무엇이다.
내게 군중은 이러한데, 이책의 작가에게 군중은 다른 의미와 힘으로 다가온듯 하다.
작가는 '군중에게 축적되는 것은 어리석음이지 개개인의 타고난 지혜가 아니다', '군중은 충동적이고 변덕스럽고 과민하며 맹신적이고 편협하며 독선적이고 대부분의 경우에 낮은 도덕성을 갖는다', '군중은 이성적으로 추론하지 않고 사상을 뭉뚱그려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며 토론이나 반론을 허용하지 않고 그들이 받은 암시가 이해 영역 전체에 침투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경향을 띤다'고 본다.
작가가 이처럼 군중을 어리석고 무질서하며 충동적인 무엇으로 본 이유는, 작가의 경험과 지식, 사회적 위치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짐작. 프랑스 대혁명기 이후를 겪으면서, 작가의 말을 빌리면 '군중의 의견이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지배층이 군중을 두려워하던 감정을 공유했던 듯하다. 아니면 지식인으로서 새롭게 힘을 가지기 시작한 정치세력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이었을 지도.
그 발로가 두려움이었든 호기심이었든, 작가는 질병을 연구해 정복해내려는 의사처럼 군중을 조각조각 해부하고 이해하여 이를 통제하고 이끌 방법을 찾아내려 시도했다. 군주론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또 하나의 군주론이 아닐까.
이책을 읽고난 후, 나는 조만간 인공지능을 파헤치고 이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내려는 인공지능역할론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서두에 썻듯이 내게 군중은 무형적인 무엇이었는데, 곧 유형의 모습을 가질게 될지도 모르겠고, 그 모습은 인공지능이라는 뇌를 가진 인간형 로봇일 수도 있을 듯하여. 군중이 군중으로 존재하지 않고 군중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하나의 개체가 되어버린 모습을 상상해 본다.
공상과학 영화,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우나, 이책의 작가가 느꼈던 경험적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동시에 느낀다. 집약적 군중일 수도 있는 인공지능이 가져올지 모를 대혁명기를 기대해보면서, 그러나 대반역기는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배님 어제 저녁에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오늘 아침 날씨처럼 상쾌한 한주의 시작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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