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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J.D.샐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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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지금 나는 따분한 자서전을 늘여 쓰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이곳에서 요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직전에 일어난 미치광이 같은 내 신변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다."
이 책의 시작은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가 주인공을 내세워 어린 날 질풍노도의 시기를 회상하며 쓴 투쟁일기이자 회고록. 그러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따분한 자서전일리 없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따분한 자서전이 아니다. 다만, 미치광이 같았던 3일간의 이야기를 길게 늘여 쓴 고등학생의 신변잡기적 일기이다. 난해하지 않고 직설적이며 과격하다. 주인공은, 이 일기의 끝 무렵에 어린 여동생과 곳곳의 성적 낙서를 등장시키며, 자신은 사회의 부조리와 악에 그대로 노출되어 미치광이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으나, 어린 여동생을 비롯한 아이들만은 사회의 부조리와 악으로부터 지켜내는 파수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뿐. 이것이 전부다.
우리가 어린 시절 그토록 쓰기 싫어했던 그 일기 형식이다.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다는. 그래서 머리를 갸웃해본다. 무엇이 이 책을 고전으로 만들었을까.
책의 가치는 주로 작가가 누구인지 비평가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매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평가와 달리 나는 그냥 고등학생의 길고 긴 일기를 읽은 듯한 기분이다.
전문가들, 대중의 평가와 내 평가가 다르면 어떻단 말인가. 고전이 아니라 무명의 누군가가 쓴 글이 내게는 더 와닿을 수도 있는 일.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를 뿐이다...
선배님 독후감입니다.
날이 매우 덥습니다. 무더위 잘 이겨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