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김경찬(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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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2023년 4월의 마지막 날 수완지구 이비가 짬뽕에서 식사를 하던 중 박회장이 나에게 내민 “아버지의 해방일지” 뭔 뜬금없이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평소에 책을 읽고 싶지만 그 많은 책 중 무엇을 읽을지 몰라 서점에서 그냥 돌아서기만 하던 나로서는 딴지를 걸 수 없는 쌀밥 먹고 있는데 보리밥 얹어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와 와이프에게 자랑 겸 책을 펼치고 읽는데 첫 구절이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였다. 와 약간 멍때리는 말로 작가는 뭘 말하고 싶을까에 대한 약간의 학구적인 탐구를 시작하였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라도 방언들은 전라도 사람인 내가 읽기에도 해독이 벅찰 정도였지만 시골마을 구례의 정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작가는 아버지가 사회주의자라서 자랑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어머니의 삶 때문에 온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핍박받았는지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빨갱이 형 때문에 집안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은 아버지는 이따금 집에 찾아와 “니는 그리 잘나서 집안 말아 묵었냐?”라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맞서지 않고 묵묵부답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는 작은아버지가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가족들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지만 아버지의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은 주변의 삶속에서 나타난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시작되고 조문객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절친한 시계방을 운영하는 박선생, 함께 투쟁에 참여했던 동지들, 담배를 피우다 만난 베트남 노란머리 소녀등 다양한 조문객들과 아버지의 사이에 엮인 이야기 속에서 작가인 아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아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빨치산이라는 타이틀은 아버지 뿐 아니라 아리와 아버지의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영항을 미쳤고 죽는 순간까지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아버지는 죽은 그 순간 자신을 옭아맸던 빨갱이라는 꼬리표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빨갱이가 아닌 아버지는 그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이웃 아저씨요, 남의 불행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드리며 발벗고 나서주는 슈퍼맨처럼 행동하였다.
작가 아리는 빨치산의 딸로 힘들게 살아온 딸이 아버지를 장례식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말해준다. 사회주의자이고 혁명전사였기에 생활력은 없었고 그런 주제에 보증을 서주어 집안은 늘 가난했으며 아버지와 한때 너무 친해서 3배 누룽지가 없어도 아버지가 좋다고 했던 아리가 6년동안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는 마치 남처럼 느껴지고 마침내 가출하려고 했던 갈등의 순간들도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얼굴은 극히 일부의 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면들이 밝혀지고 아리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던 순간순간들이 떠오른다. 마침내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아 들고는 원래 계획했던 수목장이 아닌 아버지의 삶속에 있는 모든 장소를 찾아가 그 유골을 바람에 날리는 아버지가 가장 바라는 방식으로 보내게 된다.
장례식장은 옷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떠나간 사람을 떠올리며 슬퍼하다가도, 그 슬픔을 잠시 잊고 과거의 이야기를 안줏거리 삼아 떠들 수 있는 오묘한 공간이다. 거기에 고인이 생전에 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통해 고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남기고 나중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나 그 추억을 서로 공유하며 웃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로부터 해방되고 또 누구를 해방시켜 줄까? 그건 이 책속의 장례식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의 시작과 끝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오늘 하루의 최선을 기약해본다.
2023. 6. 13.글쓴이 김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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