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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을 읽다가
차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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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각
단순에 읽을 분량의 소설을 그렇게 읽지 않았다. 고아리의 회상처럼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아버지를 회상하기 위함이었다. 기차 안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논문을 읽다가 잠시 멈춰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려고 했다. 잘 떠오르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고아리가 아버지를 회상하고 평가하는 한줄 한줄 읽으면서 나도 그렇게 했다. 희미해져 사라졌던 기억들이 중첩되어 살아난다. 학교 기숙사까지 약을 가져다 주고 아무말도 없이 가셨던 아버지.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죄송하고 늘 그리운 아버지 ... 지금의 자녀들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일까?
장례식과 결혼식
장례식과 결혼식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장례식은 가족 중 누구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나누는 의식(儀式), 결혼식은 누구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기쁨을 나누는 의식이다.
아버지 장례식에도 아버지와 우리 가족을 아는 많은 분들이 왔을 것이다. 삼 일의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누가 왔고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왜 그때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 왜 장례식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지 않을까?
결혼식. 나는 2002년에 결혼했다. 그때도 많은 분들이 왔을 것이다. 1시간의 예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축하해 주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누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혼식 사진을 꺼내 보니 그분들이 있다. 결혼식 때는 사진을 찍는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요즘 부쩍 부고(訃告) 문자를 많이 받는다,
장례식과 결혼식을 보면서 하게 되는 말, “이래서 형제가 많아야 쓰는디”
의식(ritual, ceremony)에는 따라야 할 정해진 절차와 방식이 있다. 지키면 좋겠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어짜피 의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 허상이고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념(信念)
나는 어떤 신념을 갖고 살고 있는가? 유물론자인가? 사회주의자인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군가는 그것이 더욱 강해지고 누구는 그 경계가 없어지고, 누구는 무관심해진다. 삶의 어느 시절에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도덕과 비도덕, 보편과 선택, 다양과 통일, 개인과 공동체 등에 대해 치열하게 따져보고 밤을 새워 논쟁도 했다. 어느 한쪽의 가치를 택하고,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려고도 했다. 때로는 어느 한쪽의 가치를 선택하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강요받기도 했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선 지금은 이분법적 가치 논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오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또 누군가를 만나 나의, 누군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가을 밤이다. “서른 즈음에” 가사가 떠오른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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